드라마 스태프 주 52시간, 촬영시간 기준이 놓치는 근무시간
드라마 스태프 주 52시간, 이번 주에는 몇 시간이나 채우셨나요? 현장에서 "52시간 넘었어요?"라고 물으면 대개 카메라 앞에서 촬영한 시간을 떠올리게 돼요. 하지만 집합부터 해산까지, 식사와 이동까지 더하면 몸으로 느끼는 근무시간은 꽤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다시 나온 계기는 2026년 10월 18일 입력된 한국일보 인터뷰예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센터) 김영민 센터장이 현장의 주 52시간은 촬영시간 기준이라고 설명했거든요. 이 글에서는 법 조문이 근로시간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살펴보고, 내 시간을 기록하는 방법과 계약 전에 던질 질문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드라마 스태프 주 52시간, 현장에서는 '촬영시간'으로 센다
먼저 숫자를 구분해서 볼게요. 한빛센터는 2026년 4월부터 두 달간 12개 드라마의 연출·제작부 스태프 14명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했습니다. 카카오톡 오픈 프로필로 매일 출퇴근 시간을 확인했고요. 그 결과 촬영시간 기준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4시간 18분, 가장 길었던 경우는 71시간 22분이었다고 합니다. 평균이 52시간을 넘는다는 뜻이죠.
다만 14명이라는 작은 표본이고 연출·제작부에 한정된 결과라서, 드라마 전체나 영화 현장의 평균으로 읽으면 곤란해요. 영화 스태프라면 "비슷한 구조일 수 있으니 내 계약을 확인해 보자" 정도로 받아들이시는 게 좋겠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측정치가 아니라 센터장의 설명이에요. 센터장은 현장의 52시간이 촬영시간 기준이라, 하루 13시간씩 주 4일만 촬영해도 52시간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중간의 식사 시간이나 촬영장까지 오가는 시간은 계산에서 빠지기 때문에, 이를 모두 포함하면 하루 20시간에 이를 수 있다고도 했어요. 이 20시간은 조사로 확인된 수치가 아니라 구두 추정이라는 점을 알아두세요.
물론 나아진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센터장은 위반 제보가 많이 줄었고, 센터가 방송사에 연락하면 시정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설명했어요. 그러면서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PD 사망 이후) 주 52시간이 적용되고 인식도 많이 달라졌지만, 장시간 노동과 고용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제도는 자리를 잡아 가고 있지만, '무엇을 세느냐'라는 숙제가 남은 셈이죠.
법이 말하는 근로시간, 휴게시간, 대기시간
그렇다면 법은 근로시간을 어떻게 볼까요? 근로기준법 문언을 그대로 살펴볼게요.
- 제50조 ①②: 1주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 1일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 제53조 ①: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12시간을 한도로 연장할 수 있어요. 40시간에 12시간을 더한 것이 주 52시간입니다.
- 제54조: 근로시간 4시간이면 30분 이상, 8시간이면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하고,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요.
- 제50조 ③: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봅니다.
조문에서 읽히는 핵심은 이래요. 근로시간은 '자유로운 휴게시간을 뺀' 시간이고, 지휘·감독 아래 있는 대기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본다는 거죠. 그러니 식사 시간이 정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휴게였는지, 아니면 호출을 기다리며 현장을 떠나지 못한 시간이었는지에 따라 성격이 달라질 수 있어요. 촬영장 이동과 대기도 마찬가지로, 계약 형태와 실제 지시 관계를 보고 개별적으로 판단됩니다. 그래서 "이동시간은 포함이다, 아니다"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워요. 현장 관행과 법상 근로시간 개념이 반드시 같은 말은 아닐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해 두시면 됩니다.
프리랜서나 용역·도급 계약이라면 어떨까요? 주 52시간 상한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적용되고, 근로자인지는 계약서 이름보다 실제 근무 방식으로 판단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법 해설이에요. 센터장은 근로계약서 대신 용역계약서를 쓰거나 계약서가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프리랜서라서 무관하다"도, "스태프는 무조건 적용된다"도 아닌, 계약 형태와 실제 근무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예요. 참고로 근로자 추정제 같은 제도는 센터장 등이 도입을 요구하는 단계로, 아직 시행 중인 제도는 아닙니다.
촬영 현장 근로시간 기록하는 법
판단이 개별적이라면, 믿을 건 내가 남긴 기록이에요. 한빛센터도 출퇴근을 매일 확인했기에 수치를 낼 수 있었죠. 기록이 남아 있으면 확인이 쉬워지니까요. 물론 이렇게 하면 법적 증거로 인정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내 근무 패턴을 알고 협의나 분쟁 때 사실관계를 설명하는 바탕이 됩니다.
하루 단위로 이런 항목을 적어 보세요.
- 집합 시간과 장소
- 촬영 시작·종료 시간
- 식사 시작·종료 시간, 그리고 현장을 떠날 수 있었는지 호출 대기였는지
- 이동 출발·도착 시간, 누구의 지시였는지, 차량 이용 여부
- 대기 시간과 그 사유
- 해산 시간과 숙소 도착 시간
이때 시간을 세 가지로 나눠 적는 걸 추천해요. 촬영시간, 현장 체류시간(집합부터 해산까지), 이동을 포함한 총 시간입니다. 세 숫자가 나란히 있으면 '촬영시간 기준'과 실제 하루의 간격이 한눈에 보이거든요.
기록은 당일에 남기는 게 좋고, 콜시트나 단체방의 일정 변경 공지는 날짜가 보이게 캡처해 두세요. 휴대폰 메모든 스프레드시트든 꾸준히 쓸 수 있는 방식이면 충분합니다. 다만 현장 보안 자료나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가 담긴 캡처는 공유할 때 신중해야 해요.
계약 전에 물어볼 근로시간 질문 5가지
기록만큼 중요한 건 계약 전의 확인입니다. 단가가 아니라 '시간을 어떻게 세는지'를 묻는 질문 다섯 가지를 준비했어요.
- 근로시간은 언제부터 언제까지로 세나요? (집합 시간 기준인가요, 촬영 시작 기준인가요?)
- 식사 시간은 휴게로 보장되나요, 현장 대기나 호출이 있을 수 있나요?
- 지방 촬영이나 숙소~현장 이동, 그리고 대기는 근로시간에 포함되나요?
- 주 52시간 준수 여부는 어떤 자료(출퇴근 기록, 콜시트)로 확인하나요?
- 계약서는 근로계약인가요, 용역·도급인가요? 근로시간 조항이 문서에 있나요?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공개한 표준근로계약서도 있어요. 계약 전에 최신 양식의 근로시간·휴게 관련 조항을 직접 열어 보시고, 내 계약서와 비교해 보시길 권합니다.
마무리: 일주일만 세 가지 시간을 따로 적어 보세요
정리해 볼게요. 주 52시간은 무엇을 세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숫자가 됩니다. 현장에서는 촬영시간으로 세는 경우가 있고, 법은 휴게시간을 뺀 근로시간과 지휘·감독 아래의 대기시간을 이야기해요. 그 사이의 간격을 메우는 건 결국 내 기록과 계약 전 질문입니다.
다음 작품의 첫 주에는 촬영시간, 현장 체류시간, 이동 포함 총 시간을 따로 적어 보시고, 위의 질문 다섯 개도 메모해 두세요. 새 작품을 찾고 계신다면 스태핑브릿지(StaffingBridge)에서 공고를 볼 때 근무 조건과 근로시간 기준을 함께 꼼꼼히 비교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내 시간을 먼저 아는 사람이 더 단단하게 협의할 수 있으니까요.
이 글은 스태핑브릿지(StaffingBridge)에서 제공하는 영화/영상 업계 인사이트입니다.
참고 자료
- 방송계, '열정페이' '참고 견뎌라' 인식 줄었지만… 장시간 노동 여전 [인터뷰] — 한국일보, 2026-10-18
- 근로기준법 (제50조·제53조·제54조) — 국가법령정보센터
- 방송 분야 표준계약서 사용지침 마련 — 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 2019-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