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포커스풀러(1st AC) 되는 법과 연봉의 진실, 촬영부 숨은 심장

2026-07-01
7분 읽기

후반 작업에서 초점이 나간 컷은 되돌릴 방법이 없습니다. 색보정도, CG도 초점만은 손댈 수 없거든요. 그 무거운 책임을 매 컷마다 짊어지는 사람이 바로 포커스풀러예요. KMDB 인터뷰에서 한 현직 포커스풀러는 "눈이 세 개 정도 있고, 그 세 개의 눈이 각기 다른 곳을 보면서"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고 표현했습니다. 잠들기 전에도 스케일을 꺼내볼 수밖에 없었다는 고백이 나올 정도예요. 촬영부 전체를 훑는 개요성 글은 이미 많죠. 이번 글에서는 '포커스풀러(1st AC)'라는 단일 직무 하나만 깊게 파보려고 합니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 카메라 렌즈에 팔로우포커스 장비를 설치하는 촬영부 스태프의 손

포커스풀러(1st AC)는 정확히 무슨 일을 할까 — '초점'은 일부일 뿐

포커스풀러는 국제적으로 '1st AC(First Assistant Camera)'라 불리는 촬영부 직책이에요. 대표 업무는 배우와 카메라의 움직임에 맞춰 렌즈 초점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풀링', '랙 포커스'입니다. 줄자나 레이저 거리계로 거리를 미리 재고, 팔로우포커스 휠에 마킹을 남긴 다음 리허설로 익힌 동선을 손끝으로 재현하는 방식이죠.

실제 업무 범위는 훨씬 넓습니다. 카메라 조립·리깅, 렌즈 교체, 촬영감독이 지시한 T-스톱·ND 필터 세팅까지 카메라 부서 운영 전반을 총괄합니다(출처: Saturation.io). 세컨드 AC와 막내를 지휘하는 관리자 역할도 겸하고요. 국내는 미국처럼 초점 전담 인력을 따로 두지 않아, 퍼스트 한 명이 이 모든 일을 껴안는 구조라는 점도 특징입니다(출처: record-seoul). 특히 롱테이크·핸드헬드 촬영에서는 즉흥적 판단이 더 중요해지는데, 배우의 연기 리듬을 읽는 감각이 관건이라 연기 경험이 있는 인력이 유리하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포커스풀러 되는 법 — 서드에서 세컨드, 퍼스트까지 지름길은 없다

국내 촬영부 직급은 막내(PA) → 서드(3rd AC) → 세컨드(2nd AC) → 퍼스트(1st AC/포커스풀러) 순으로 이어집니다. 서드는 장비 세팅과 잡무를 담당하며 카메라 시스템을 몸으로 익히고, 세컨드는 장비 관리, 클랩보드 기록, 렌즈 교체, 데이터 관리를 맡으며 막내와 서드를 지휘합니다.

필름메이커스 커뮤니티의 한 실무자는 "촬영팀 써드 세컨 경력이 있는 분들이죠. 광고나 뮤비에서라도 어지간해서 촬영팀 경력 없는 사람을 포커스로 앉히는 감독들은 없습니다"라고 잘라 말합니다. 우회로가 없는 직책인 셈이죠. 완주까지 보통 10년 가까이 걸린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입니다. KBS 드라마 포커스풀러 채용공고(사람인)도 필수 요건으로 "포커스풀러 또는 드라마 촬영보조 경력자"를 내걸고, 면접에서 실제 포커스 테스트까지 진행해요. 서류 심사만으로 끝나지 않는, 실기까지 확인하는 자리인 거예요.

지금 촬영팀 막내나 서드라면 체력과 관찰력은 기본이고, 카메라 브랜드별 렌즈·바디 특성, 그리고 요즘은 무선 팔로우포커스 조작법까지 챙겨두시면 좋아요.

카메라 어시스턴트가 촬영장에서 렌즈 거리를 측정하고 팔로우포커스 휠에 마킹하는 장면

포커스풀러 연봉의 진실 — "월 700만원"과 현장의 편차

업계에서 자주 언급되는 수치는 "퍼스트 AC 도달까지 약 10년, 월급 700만원 이상"입니다. 이 숫자는 경력이 쌓인 숙련자의 상한선에 가까운 수치라는 점, 참고해두시면 좋을 것 같아요. 2026년 기준 KBS 드라마 포커스풀러 채용공고를 보면 월급은 351만원(세전, 시간외수당 포함 포괄임금제)에 출장비 별도, 파견계약직 최대 2년입니다. 신입인 막내~서드 단계는 시급 9,679원 수준에 머물러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흔하고요. 대신 OTT 콘텐츠가 극장용 영화보다 약 44% 높은 수입을 제공한다고 알려져 있어, 두 트랙을 병행하는 전략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힙니다(출처: 스태핑브릿지 feeds/32).

해외 사례와 비교해보면 격차와 공통점이 함께 보입니다. 2025년 기준 미국 IATSE Local 600 노조의 1st AC 최저 일급은 577달러, 스튜디오 대작 경력자는 700~900달러 이상입니다. 연 수입은 신규 프리랜서 약 6만 5천 달러부터 노조 경력자 17만 5천 달러 이상까지 벌어지고요. 비노조 인디 현장은 일급 325~550달러로, 국내 신입~중급 스태프의 처우와 비슷한 양극화를 보입니다(출처: Saturation.io). 어느 나라든 수입은 '경력과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몇 배씩 갈린다는 게 공통점이죠.

무선 팔로우포커스와 라이다, 기술은 포커스풀러를 대체할까

줄자와 감각에 의존하던 아날로그 방식은 이제 절반의 이야기입니다. Tilta Nucleus 시리즈는 저예산~중예산 현장에서 표준처럼 쓰이고, DJI Focus Pro는 라이다 옵션을 결합해 수동 렌즈에서도 자동초점을 보조하는 형태로 국내에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차량 씬, 크레인·지미집 촬영, 트래킹 샷처럼 카메라가 크게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무선 원격 포커스 운용이 기본값이 되고 있어요.

Preston Cinema나 CMotion 같은 라이다 기반 자동초점 시스템도 프리미엄 현장에 도입되고 있지만, 개발사 스스로 "포커스풀러를 대체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출처: PremiumBeat). 배우의 감정선을 읽어 예술적으로 초점을 운용하는 판단력은 여전히 사람의 영역이라는 거죠. 버추얼 프로덕션(LED 볼륨) 확산도 눈여겨볼 만해요. LED 배경은 카메라 앵글에 맞춰 실시간 동기화되어야 하고, 배경과 배우가 동시에 촬영되는 특성상 초점면 설계와 심도 계산이 한층 복잡해지는데요. 포커스풀러의 역할이 줄어든다기보다, 다뤄야 할 변수가 늘어나는 방향인 셈입니다.

무선 팔로우포커스 컨트롤러를 조작하는 손과 그 뒤로 보이는 촬영 카메라 리그

촬영감독으로 갈까, 전문 포커스풀러로 남을까 — 커리어 갈림길

포커스풀러를 바라보는 국내와 해외의 시선은 꽤 다릅니다. 미국에서는 포커스풀링이 독립적인 전문 직군으로 확립되어 있어 평생 1st AC로만 커리어를 쌓는 전문가도 드물지 않아요. 반면 국내에서는 조명감독이 별도로 존재하는 구조상, 퍼스트는 "인맥을 쌓아 촬영감독으로 입봉하기 위한 경유 단계"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합니다(출처: 나무위키 촬영부 문서).

문제는 그다음 단계인 촬영감독 입봉 자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선배가 후배를 끌어주던 도제식 시스템은 사실상 붕괴했고, 실력과 인맥을 모두 갖추지 못하면 상업영화 촬영감독으로 올라서기 쉽지 않아요. 저예산 영화를 전전하다 광고나 뮤직비디오로 방향을 트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역설적으로 이 지점에서 "퍼스트로 오래 남아 전문성을 쌓는 것"이 불확실한 입봉 경쟁보다 현실적인 커리어 옵션이 될 수 있어요. 무선 장비와 라이다 시스템을 능숙히 다루는 숙련된 포커스풀러는 어느 현장에서나 대체하기 어려운 인력이니까요.

마무리 — 지름길 없는 직업, 그래도 사람의 판단은 남는다

포커스풀러는 화려해 보이지 않지만 촬영 현장에서 결코 대체될 수 없는 자리입니다. 서드에서 세컨드, 퍼스트까지 최소 10년이 걸리는 지름길 없는 여정이고, 연봉도 "월 700만원"이라는 신화보다는 현장마다 편차가 크다는 현실을 알고 시작하는 게 중요합니다. 무선 팔로우포커스와 라이다 기술이 실무를 바꾸고 있지만, 배우의 감정과 리듬을 읽는 판단력만큼은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아 있는 셈이죠. 지금 촬영팀 막내나 서드라면 무선 팔로우포커스 숙련과 세컨드 실무 경험을 착실히 쌓아보시길 권합니다. 동시에 퍼스트로 남아 전문성을 키울지, 촬영감독을 목표로 도전할지 방향도 조금씩 고민해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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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스태핑브릿지(StaffingBridge)에서 제공하는 영화/영상 업계 인사이트입니다.

참고 자료